실업률이 낮다는 뉴스를 보고 안심했다가, 나중에야 경기가 이미 꺾여 있었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반복된다.
고용 숫자가 좋으면 안심하게 되는 이유
투자나 소비 판단을 할 때 많은 사람이 뉴스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숫자는 고용이다. 실업률이 낮고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 경기가 괜찮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문제는 여기서 판단이 한 박자 늦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고용은 대표적인 후행 지표라서 이미 벌어진 경기 흐름을 나중에 확인해 주는 성격이 강하다.
기업은 경기가 꺾이기 시작해도 바로 채용을 줄이거나 대규모 감원을 하지 않는다. 수주가 줄고 매출이 둔화돼도 한동안은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해고 비용과 조직 운영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에서는 고용이 여전히 강하다고 나오는데, 시장은 그보다 먼저 둔화를 반영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를 섞어 보면 해석이 어긋난다
경제 지표에는 순서가 있다. 이 순서를 모르고 한 줄로 놓고 보면 해석이 틀어진다.
경기 흐름을 먼저 반영하는 것은 보통 금리, 유동성, 신규주문, 제조업 지수, 장단기 금리차 같은 선행 지표다. 그 다음에 기업 실적과 설비투자 계획이 흔들린다. 고용과 실업률은 맨 뒤쪽에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 경기 국면에서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PMI가 먼저 꺾이고, 몇 달 뒤 고용 증가 폭이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됐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는 신호로 자주 거론된다. 반면 실업률은 경기 침체 직전까지도 낮게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후행 지표인 고용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이미 가장 좋은 구간이 지난 뒤일 수 있다. 이 실수는 주식 고점 추격, 부동산 과열 추종, 과도한 대출 확대 같은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용이 버티는 동안 앞에서는 이미 신호가 나온다
중앙은행이 1년 가까이 금리를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대출 금리는 이미 상승했고, 주택 거래량과 신규주문은 먼저 둔화할 수 있다. 기업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그런데 고용은 바로 꺾이지 않는다. 이 시점에 많은 사람은 실업률이 아직 낮고 임금이 오르니 경기가 튼튼하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기업의 신규 채용 공고 감소, 초과근로 시간 축소, 재고 증가 같은 변화는 이미 앞에서 나오고 있을 수 있다. 시장 참가자가 선행 지표를 먼저 본다면 자산 가격은 고용 악화가 공식 통계에 찍히기 전에 움직인다.
지표를 보는 순서를 바로잡으면 달라진다
실전에서는 모든 지표를 다 볼 필요가 없다. 순서만 바로잡아도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먼저 금리 방향과 신용 조건을 확인한다. 기준금리 인상기인지, 대출 심사가 강화되는지 살핀다.
- 다음으로 선행 지표를 본다. 제조업 PMI 50선 하회 여부, 장단기 금리차 역전 여부, 신규주문 감소를 체크한다.
- 그 뒤 기업 실적 가이던스와 투자 계획을 확인한다. 매출 전망 하향이 이어지면 고용도 나중에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 마지막에 고용과 실업률을 본다. 이 숫자는 현재가 아니라 몇 달 전 경기의 결과에 가깝게 읽어야 한다.
고용이 좋다는 헤드라인만 보고 비중을 늘리기보다, 그 전에 선행 지표가 이미 꺾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같은 경기 둔화라도 선행 지표 단계에서 파악하는 것과 고용 단계에서 파악하는 것은 대응 속도가 전혀 다르다.
어떤 숫자가 먼저 움직이는지 아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 판단 실수는 정보 부족보다 지표의 순서를 섞어 보는 데서 더 자주 생긴다. 고용이 강하다는 사실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숫자가 경기의 앞부분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를 구분하지 못하면 항상 이미 지나간 장면을 보고 현재를 판단하게 된다. 경기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숫자를 찾는 일이 아니라, 어떤 숫자가 먼저 움직이고 어떤 숫자가 나중에 따라오는지 아는 일이다.
경제 지표를 보고 지금 경기 국면을 판단하고 싶다면
